몬태나 '시도할 수 있는 권리법', 희귀뇌질환 아이의 마지막 기회를 열 수 있을까
"말이 없다" — 세 살 브로디의 일상
미국 몬태나주에 사는 크리스 디볼트는 지금 절박한 상태입니다. 2023년 3월에 태어난 아들 브로디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달 지연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언어, 운동, 협응 능력 등 중요한 발달 이정표를 하나둘 놓쳤고, 두 살 반이 되던 해 유전자 검사에서 크레아틴 수송체 결핍증(Creatine Transporter Deficiency, CTD)이라는 희귀 질환이 진단됩니다.
크레아틴은 보통 뇌 세포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물질입니다. 그런데 CTD 환자는 이 물질을 뇌로 운반하는 통로에 문제가 있어, 뇌가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합니다. 오늘날 브로디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고, 걷는 것만으로 엄청난 힘이 소모되며, 팔 근육은 9개월 된 여동생보다 가늘다고 합니다.
"사실 브로디는 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요. 그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좌절로 변하죠." — 크리스 디볼트
아버지 디볼트는 "브로디가 더운지, 배고픈지, 통증이 있는지조차 부모에게 알리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한 번은 마당에서 붉은 개미에게 발을 물리고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프랑스 바이오기업이 만든 '코 스프레이' 한 알의 희망
브로디에게 CTD를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생명공학 기업 세레스 브레인 테라퓨틱스(Ceres Brain Therapeutics)가 새로운 길을 열 가능성이 보입니다. 이 회사는 크레아틴을 뇌로 직접 전달하는 약물을 개발 중이며, 그 제형이 바로 비강 분무제, 즉 코 스프레이입니다.
소수의 건강한 지원자(보통 20~100명)를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인체 내 반응, 적정 용량을 확인하는 가장 초기 단계의 임상시험입니다. 아직 환자 대상의 효능 검증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세레스 사는 이미 건강한 성인 자원봉사자 48명에게 다양한 용량을 코 스프레이 형태로 투여하는 1상 임상시험을 마쳤습니다. 다만 이 시험은 CTD 환자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 약이 실제로 브로디 같은 아이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결과도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세레스 측은 CTD 환자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ALS) 환자를 대상으로 2상 시험을 프랑스에서 진행할 계획이지만, 디볼트에게 그 시험에 브로디가 포함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2상이 성공해도 미국 시장 진입까지는 최소 수 년이 걸립니다. 그때쯤이면 브로디의 뇌 가소성 시기(뇌가 가장 빠르게 재구성되는 0~3세 무렵)를 이미 지나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몬태나의 '시도할 수 있는 권리법'이란?
이 절박함 끝에 몬태나주의 새로운 법률이 등장합니다. 몬태나는 2015년부터 '시도할 수 있는 권리법(Right to Try Act)'을 시행해온 주입니다. 이 법은 말기 환자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실험적 약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그런데 2023년 입법으로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말기 환자만이 아니라 일반 중병 환자도, 최소 1상 임상시험을 거친 약물이라면 이 제도를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추가로 제정된 두 번째 법은 실험적 치료제를 다루는 클리닉의 운영·판매 방식을 명확히 했습니다. 지난 주말, 몬태나 보건사회복지부가 관련 시행 규정을 최종 확정한 상태입니다.
FDA의 확장 접근 제도(Expanded Access Program, EAP)는 중병 환자에게 미승인 치료제를 개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세레스 사의 약물은 FDA에 등록돼 있지 않고 FDA 규정에 맞춰 제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EAP 경로로는 브로디에게 약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몬태나주에는 실험적 치료 심사위원회(Experimental Treatment Review Board, ETRB)가 신설되어, 실험적이면서 검증되지 않은 미승인 약물 접근 신청을 심사합니다. 향후 몇 주 안에 첫 두 건의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세레스 사도 이 위원회에 신청해 주의 한 클리닉을 통해 브로디 부모에게 실험적 치료를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과학계의 경고 — "안전성도, 효능도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길이 위험 없는 것은 아닙니다. 1상 임상시험만으로 약물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는 것은 아니며, 효능이 입증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보건정책·약물규제 전문가 아론 케셀하임(Aaron Kesselheim) 교수의 비판은 분명합니다.
"이런 종류의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성 들여 모은 돈을 무엇에 쓰고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평가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 아론 케셀하임
세레스 사의 토마스 주디노(Thomas Joudinaud) CEO도 몬태나 제도가 "매우 흥미롭고 매우 실용적"이라며 "우리의 약물에 적합하다"고 평가하면서도, FDA와 마찰이 생길까 우려해 당분간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볼트는 이미 다른 선택지도 검토 중입니다. 온두라스 로아탄(Roatán) 섬의 경제특구(특별경제구역) '프로스페라(Próspera)'에는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를 파는 클리닉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같은 '해외' 클리닉의 이용에 대해 강력히 경고합니다.
이에 대해 디볼트는 단호합니다. "나는 충분히 자란 성인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포커로 돈을 다 날릴 수도 있고, 총기점에서 소음기 달린 반자동 소총을 살 수도 있는데, 어떻게 아들의 인생 전체 궤적을 바꿀 수도 있는 잠재적 치료를 구매하겠다는 결정은 내릴 수 없는 겁니까?"
이 사건이 보여주는 세 가지 의미
1. 희귀질환 환자 가족의 '치료 접근권' 논쟁
승인되지 않은 약물에 접근할 권리는 말기 환자에게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아이들·만성질환자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환자 자율성과 환자 보호 사이의 균형점은 어디여야 할까요?
2. 뇌 가소성 시기 — 치료의 '시간 창'
어린아이의 뇌는 0~3세 전후로 경험·자극에 따라 신경 회로가 가장 효과적으로 재구성됩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어떤 치료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간은 약 그 자체만큼 중요한 변수입니다.
3. 경제특구의 의료 허브화
규제가 느슨한 지역이 실험적 치료의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환자 자율성과 과학적 검증 사이의 간극은 앞으로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크레아틴 수송체 결핍증(CTD)은 어떤 질환인가요?
- 뇌와 근육으로의 크레아틴 운반을 담당하는 단백질(SLC6A8)에 변이가 생겨, 뇌와 근육이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얻지 못하는 희귀 유전 질환입니다.
- Q2. '시도할 수 있는 권리법'은 어떤 법인가요?
- 말기 질환자 또는 중병 환자가 FDA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실험적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주(州) 단위 법률입니다. 몬태나주는 2015년부터 시행해 왔으며, 2023년 입법으로 적용 대상을 사실상 비(非)말기 환자까지 확대했습니다.
- Q3. 1상 임상시험만 거친 약물도 안전한가요?
- 1상은 주로 소수의 건강한 성인에서 안전성과 용량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환자 대상의 안전성·효능 검증은 이후 단계에서 이뤄지므로, 1상만으로 안전·유효가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Q4. FDA의 확장 접근 제도와 어떻게 다른가요?
- FDA 확장 접근 제도(EAP)는 중병 환자에게 미승인 치료제를 개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지만, 약물이 FDA에 등록돼 있고 규정에 맞춰 제조돼야 합니다. 본문의 세레스 약물은 아직 FDA 등록 전이기 때문에 EAP 경로도 막혀 있습니다.
- Q5. 경제특구에서 받는 줄기세포 치료는 합법인가요?
- 현지 규정에 따라 영업이 허용될 수는 있으나, 각 약의 안전성·효능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의료진 사이에서도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