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 유전학 뉴스 | 2026년 8월 12일 최종 업데이트
수컷 마우스의 암컷 클론을 만들다 — CRISPR과 성전환 기술로 멸종 위기종을 살린다
일본 연구팀이 Y염색체를 제거해 수컷 배아를 암컷으로 바꾸는 데 세계 최초 성공했습니다. 멸종 위기 동물 복제에 새로운 길을 연 이 연구의 핵심을 쉽게 정리했습니다.
한 줄 요약: 과학자들이 CRISPR(유전자 가위)을 이용해 수컷 마우스 세포에서 Y염색체(수컷을 결정하는 염색체)를 제거하고, 이를 토대로 암컷 클론을 만드는 데 처음 성공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멸종 위기 동물 종을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컷만 남은 종에서도 암컷을 만들어 개체 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1. 이 연구가 왜 주목받는가?
포유류는 보통 암컷(XX)과 수컷(XY) 두 성별이 함께 있어야 번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떤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면, 살아남은 개체가 모두 수컷이거나 모두 암컷인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살아남은 3마리가 모두 수컷이라면, 이 수컷들끼리는 자연스럽게 새끼를 만들 수 없습니다. 기존 복제 기술로는 똑같이 수컷만 만들 수 있어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일본 야마나시 대학의 타카시 이시우치(Takashi Ishiuchi) 교수와 리켈의 쇼고 마토바(Shogo Matoba) 박사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전에는 아무도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 하와이 대학 생식생물학자 모니카 워드(Monika Ward)
2. 핵심 개념 쉽게 이해하기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자주 나오는 용어부터 정리했습니다.
- CRISPR(크리스퍼)란?
- DNA의 특정 위치를 정밀하게 잘라 유전자를 수정할 수 있는 분자 가위 도구.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기술로, 이번 연구에서는 Y염색체를 '자르는' 데 사용했습니다.
- Y염색체란?
- 사람과 포유류에서 수컷을 결정하는 성염색체. 보통 남성은 XY, 여성은 XX입니다. Y염색체가 없으면 (XO) 암컷으로 발달합니다.
- 성전환(Sex reversal)이란?
- 유전적으로 한 성별로 결정된 개체가 다른 성별의 표현형을 갖게 되는 현상입니다. 오키나와 rubble goby라는 물고기는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별을 바꾸기도 합니다.
- 체세포 복제(클로닝)란?
- 성체 동물의 DNA를 담은 세포 핵을 난세포(卵細胞)에 넣어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복제양 '돌리'로 유명해졌죠.
- 대리모(Surrogate)란?
- 다른 개체(공여자)의 수정란을 대신 임신·출산하는 암컷. 이번 실험에서는 유전자 편집 배아를 실제 출산해 줄 역할을 했습니다.
- 동결 동물원(Frozen zoo)이란?
- 전 세계 여러 보존 기관이 멸종 위기종의 세포·난자·정자·조직을 액체질소로 극저온 보관하는 시설. 미래 복제를 위한 '유전자 은행'입니다.
이번 실험의 놀라운 수치
3. 어떻게 수컷을 암컷으로 바꿨을까? — 'Y-CUT' 기술
연구진은 'Y-CUT'라고 이름 붙인 CRISPR 기반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표적 설정: Y염색체에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딸 세포로 정확히 전달되도록 돕는 중요한 부위가 있습니다. Y-CUT는 바로 이 부위를 표적으로 삼습니다.
- 절단: 초기 마우스 배아 단계에서 Y-CUT를 적용하면 Y염색체가 잘려나갑니다.
- 이식: Y염색체가 빠진 XY 배아를 대리모 마우스 자궁에 착상시킵니다.
- 결과: 새끼는 XO 염색체(보통 X 두 개 대신 X 하나)를 가진 건강한 암컷으로 태어났습니다.
놀라운 점은 XO 상태임에도 마우스는 정상적으로 건강하고 생식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나 다른 포유류에서는 보통 XO가 불임을 일으키지만, 마우스는 예외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수컷 마우스의 성체 세포에서 암컷 클론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즉 DNA 자체는 수컷인데 표현형(겉모습)은 암컷인 동물을 만든 것입니다. "마치 공상과학(SF) 같다"는 이시우치 교수의 말도 이 지점 때문입니다.
4. 무엇이 가능해졌나 — 활용 시나리오
① 멸종 위기종 복원
검은발족제(black-footed ferret) 사례처럼, 보존 팀은 이미 1980년대에 채취한 세포로 암컷 족제를 복제했습니다. 하지만 암컷은 평생 몇 마리 새끼만 낳을 수 있어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동결 동물원에 보관된 수컷 세포에서 암컷 클론을 만들어 동결보존된 유전자원을 살릴 수 있습니다. 보존 단체 Revive & Restore의 벤 노박(Ben Novak) 수석 과학자는 "희귀종과 멸종 위기종에 정말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② 실험실 비용 절감
유전적으로 편집한 동물 모델을 만들 때는 보통 수컷과 암컷을 따로 만들어 교배해야 합니다. 이번 기술로 한 마리에서 두 성별 클론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③ 성염색체 기초 연구
Y염색체가 배제되면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어, 성별 결정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5. 한계와 보완 기술
Y-CUT는 만능이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다음 두 가지 큰 제약이 있습니다.
- 난세포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같은 종 또는 매우 가까운 종의 암컷에게서 채취해야 하므로 암컷이 전혀 없는 종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 XO가 생식능력을 갖는 것은 마우스만 확인된 현상입니다. 다른 포유류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최신 연구가 이 한계를 보완할 길목을 열고 있습니다.
두 아빠로 만든 마우스 (2023년, 오사카 대학)
카츠히코 하야시(Katsuhiko Hayashi) 교수팀은 수컷 세포를 인공 난자로 바꾸는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두 생물학적 아버지만으로 마우스를 만든 첫 사례이며, 동시에 Y-CUT가 필요로 하는 '속이 빈 난세포'를 인공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보완적인 이야기입니다."
— 쇼고 마토바(Shogo Matoba), 리켄
랫(rat) 염색체를 마우스에 이식
야마나시 대학의 사야카 와카야마(Sayaka Wakayama) 연구팀은 랫의 염색체를 마우스에 넣어 XY 수컷 배아를 만들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향후 암컷만 있는 개체군에 인공 수컷을 더하는 데 응용할 수 있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A)
- Q.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나요?
- 아직은 마우스 실험 단계입니다. 다른 포유류에 적용하려면 XO 불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인간 적용은 윤리·안전 문제와는 별개로 기술적으로도 수십 년이 더 필요합니다.
- Q. Y염색체를 빼면 진짜 암컷이 되나요?
- 이 실험에서 태어난 마우스는 Y염색체가 빠진 XO 상태인데도 정상적인 암컷으로 자라 생식까지 가능했습니다. 다만 사람 등 다른 종에서는 XO가 불임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 Q. 복제 동물은 건강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 복제 기술은 까다롭고 효율이 낮으며, 유전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후손이 특정 질병에 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술은 "한 마리에서 양 성별 클론을 동시에 확보"하는 식의 이점이 큽니다.
- Q. 동결 동물원만 있으면 멸종종도 살릴 수 있나요?
- 유전자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같은 종 또는 대리 출산이 가능한 가까운 종의 난세포, 그리고 성전환·인공 난자 같은 보조 기술이 함께 갖춰져야 현실적인 복원이 가능합니다.
- Q. 논문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 이 연구 결과는 bioRxiv에 프리프린트(동료 심사 전 공개 논문)로 게재되었습니다. 아직 정식 학술지 심사를 거친 최종 논문은 아닙니다.
7.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 기술 이름: Y-CUT (CRISPR 기반 Y염색체 절단 도구)
- 주요 성과: 수컷 배아 → Y염색체 제거 → 암컷 출산, 수컷 세포 → 암컷 클론 제작
- 의미: 동결 동물원의 수컷 샘플로도 암컷 복제 가능 → 멸종 위기종 유전자원 활용 폭 확대
- 한계: 난세포 여전히 필요, XO 생식능력은 마우스에서만 확인
- 보완 기술: 오사카 대학의 인공 난자(2023), 야마나시 대학의 랫 염색체 이식
- 관련 분야: CRISPR, 체세포 복제, 동결보존, 성염색체 생물학
8. 더 알아보기 — 관련 키워드와 개념
이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한다면 다음 키워드가 도움이 됩니다.
- 체세포 복제(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성체 세포 핵을 난자에 넣어 복제 개체를 만드는 기법
- 성역전(Sex reversal): 유전형과 표현형이 일치하지 않게 되는 현상
- 프레발스키 말(Przewalski's horse): 복제로 개체 수를 회복한 대표적 사례
- 배아 편집(Embryo editing):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
- 프리프린트(Preprint): 동료 심사 전 공개된 초안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