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세포를 처음 그리는 사람들: 휴먼 셀 아틀라스와 dGTEx가 만드는 '소아 발달 지도'
오랫동안 의학은 아이는 작은 어른이라고 가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포는 유전자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어른과 다릅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의 생물정보학자 디앤 테일러(Deanne Taylor)는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 세계의 아이들 세포를 한 장 한 장 지도처럼 그려 넣는 일에 평생을 바쳐 왔습니다.
이 글은 MIT Technology Review가 보도한 기사 "This scientist is helping build a missing map of childhood"을 바탕으로, 휴먼 셀 아틀라스(HCA)와 dGTEx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왜 아이 세포 지도가 꼭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미래 의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쉽게 풀어 정리한 글입니다.
왜 '아이의 지도'가 비어 있었을까?
201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열린 한 발표회에서 연구자들은 전 세계가 함께 만들고 있는 인간 세포 지도(휴먼 셀 아틀라스, HCA)를 공개했습니다. 102개국 3,6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이 거대 프로젝트는 사람의 몸을 이루는 약 35조 개의 세포를 한 장의 지도처럼 매핑하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을 들은 테일러는 크게 놀랐습니다. 프로젝트가 다루려는 세포가 전부 어른 세포였던 것입니다.
"그때 제 작은 경보기가 울렸어요. 또 이런 식이구나." — 디앤 테일러
오랜 의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는 아이는 작은 성인이다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세포는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 방식(유전자 발현)이 어른과 다르고, 약물에 대한 반응도 매우 다릅니다. 어른이 아무렇지 않게 먹는 약이 아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차이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 어떤 항암제는 종양은 물론 아이의 발달 중인 심장까지 함께 공격해 평생 영향을 남기기도 합니다.
- CAR-T 같은 면역 치료제는 가역적이지만 때로 치명적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 뇌의 핵심 세포인 별아교세포(성상교세포)는 생후 5년 안에 형성되고, 면역 체계는 사춘기까지 완성됩니다. 이 시기를 이해 못 하면 소아 질환을 제대로 다룰 수 없습니다.
dGTEx 프로젝트란?
테일러의 캠페인 덕분에 2021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3,850만 달러(약 500억 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dGTEx(Developmental Genotype-Tissue Expression, 발달 단계별 유전형-조직 발현 프로젝트). 줄여서 디지텍스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의 몸에 대한 '유전자 사용 설명서'를 만드는 일입니다.
dGTEx는 이런 일을 합니다
- 건강한 소아 조직을 수집합니다. 부모가 기증에 동의하고, 사고나 다른 사유로 사망한 후에도 건강한 어린이의 신체에서 작은 조직 샘플을 받습니다.
- 각 조직에 대한 풍부한 메타데이터(가족력, 병력, 샘플 상태 등)를 정리·표준화합니다. 이 작업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테일러입니다.
- Broad Institute 등 분석 기관이 각 조직에서 약 2만 개 유전자가 어떻게 켜지고 꺼지는지 분석합니다.
- 모든 데이터를 합쳐 '건강한 아이의 유전자 발현 기준선' 데이터베이스를 만듭니다.
이 기준선은 1990~2003년에 진행된 휴먼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입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어떤 유전자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줬다면, dGTEx는 "그 유전자가 아이의 몸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려줍니다.
"게놈 지도는 모든 부품은 있지만 조립 설명서가 없는 DIY 키트와 같다. 세포가 몸 전체에서 각 유전자를 어디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 MIT Technology Review
디앤 테일러는 누구인가
테일러는 자신의 경력을 "임의 걷기(random walk)"라고 부릅니다. 어릴 때부터 진단되지 않은 자폐증과 ADHD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강렬한 호기심이 평생을 이끌어 왔습니다.
- 5세부터 어머니의 의학 서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 12세부터 도서관에서 물리학 책을 빌려 읽으며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매료되었습니다.
- 2001년 생물물리학 박사 학위 취득 후,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 영감을 받아 화이자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희귀 질환 데이터 분석 코드를 작성했습니다.
- 그 후 생식 의학으로 옮겨가 배아의 염색체 이상을 스크리닝하는 초기 컴퓨터 프로그램 중 일부를 만들었습니다(현재도 사용 중).
- 2017년 휴먼 셀 아틀라스 발표 후, 곧바로 자원봉사 팀에 합류해 백서에 '소아과 섹션'을 추가했고, 2019년에는 어린이 연구가 왜 중요한지를 정리한 핵심 논문을 주도했습니다.
동료들은 그녀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디앤은 큰 그림을 봅니다. 소아 신장, 소아 뇌, 소아 면역 체계 따위가 아니라, 소아 발달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녀는 학제 간 정신을 구현합니다." — 사라 타이크먼, 휴먼 셀 아틀라스 공동 창립자
"그녀는 각자의 다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합니다. 정말로 고양이를 모으는 것과 같죠." — 레베카 린, CHOP 소아 병리학자
흥미로운 일화
테일러에게는 슈뢰딩거와 볼츠만(슈뢰딩거 방정식 등)의 물리학 방정식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회화와 사진 작업을 잠시 했고, 버닝맨(Burning Man) 축제에서 가져온 이름 모를 바위가 책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진짜 호기심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라고 동료들은 말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바꾸게 될 미래 의료
테일러가 이끄는 dGTEx, Kids First Data Resource Center, HubMAP 소아 세포 3D 지도 같은 프로젝트들이 모두 모이면 결국 다음의 길로 들어섭니다.
| 기존 의료의 한계 | 아이 세포 지도가 가져오는 변화 |
|---|---|
| 성인 데이터 기반 약물 용량을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 | 소아 유전자 발현 기준선 기반 맞춤 용량 설계 |
| 소아 심장·뇌·면역 손상을 부작용으로 처리 | 발달 단계별 위험을 미리 예측·예방 |
| 성인 질병이 발병한 후에야 진단 |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통한 조기 스크리닝 |
| 유전자는 같아도 환자마다 반응이 다른 이유를 모름 | 단일 세포 수준 정밀 비교로 개인별 차이 규명 |
특히 의미 있는 점은, 성인에서 나타나는 만성 질환(당뇨, 심장질환, 자폐 스펙트럼, 정신질환 등)의 원인이 어린 시절 특유의 신호에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도가 완성되면, 사람이 이미 아프고 나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개입하는 의학이 가능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정리하면
- 문제: 의학은 오랫동안 '아이는 작은 어른'이라고 가정했고, 그 결과 아이의 세포 지도는 수십 년간 비어 있었습니다.
- 해결책: 2017년 테일러가 휴먼 셀 아틀라스에 소아과 섹션을 제안했고, 2021년 NIH의 dGTEx(디지텍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 임팩트: 건강한 아이들의 유전자 발현 기준선이 만들어지면, 더 안전하고 정밀한 소아 맞춤 의학과 성인 질병의 조기 개입 의학이 모두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