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신약을 설계할 때, 공로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 AI 발명, 특허는 인간의 이름으로
한눈에 보기 (핵심 요약)
- AI가 발명하고, 공로만 인간이 가져간다: AI 신약 회사 인실리코 메디슨은 폐섬유증 후보물질을 "자사 AI가 발견했다"고 알렸지만, 특허에는 CEO 등 5명의 인간만 발명자로 올렸습니다.
- 법은 AI를 아직 '도구'로 본다: 미국 법원은 발명자는 "개인(individual)" 즉, 인간이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도 같은 입장입니다.
- 잘못된 발명자 기재는 특허 무효 사유: AI가 만든 발명이 보호받지 못하면, 신약 개발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기사가 답하는 질문
AI가 신약을 발명하면 누구에게 공이 돌아갈까? 특허는 어떻게 처리될까? AI 시대에 발명자권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이 글은 MIT Technology Review의 최근 기사를 바탕으로 이런 질문에 답을 쉽게 정리합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 인실리코 메디슨의 사례
바이오 회사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자사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에 효과가 기대되는 약물 후보를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폐섬유증이란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호흡이 어려워지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회사는 보도자료에서 그 분자가 자사의 생성형 AI(generative AI) 플랫폼 "Pharma.AI"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자랑스럽게 알렸습니다. 생성형 AI란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으로, ChatGPT처럼 글을 쓰거나, 이번처럼 새로운 약물 분자를 설계해냅니다.
그런데 특허를 출원할 때가 되자 회사는 갑자기 AI 이야기를 멈췄습니다. 대신 CEO 알렉스 자보론코프(Alex Zhavoronkov)를 포함한 다섯 명의 인간을 그 약의 "발명자(inventor)"로 적었습니다.
왜 이런 모순이 생길까?
미국 지식재산권법(Intellectual Property Law)은 발명자를 "개인(individual)"으로 정의합니다. "개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법원은 명확히 답했습니다 — 인간. 기계는 사람이 아니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2. AI 발명자 소송의 시작 — DABUS 사건
이런 법원 결론의 출발점은 LA 로펌의 라이언 애벗(Ryan Abbott) 변호사가 제기한 소송이었습니다. 이 소송은 프로보노(pro bono), 즉 수익을 바라지 않고 공익을 위해 진행됐습니다.
애벗 변호사는 DABUS(다부스)라는 AI가 만든 식품 용기 발명을 특허로 등록하려 했습니다. DABUS는 "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의 약자로, 미국 개발자 스티븐 탈러가 만든 "창조적 AI"입니다. 다부스는 포유류 뇌의 작동 방식을 모방한 인공 신경 시스템으로,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용기는 정교한 기하학적 표면 덕분에 열을 잘 전달하고 쉽게 쌓을 수 있는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에 인간이 직접 기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벗 변호사는 AI가 발명자로 등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22년 워싱턴 DC 항소법원은 이 사건에서 "기계는 사람이 아니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다"며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형이상학적 질문"은 본질과 다르다고 잘라 말하며, 미국 법률의 평이(平易)한 의미 — "individual"은 인간을 가리킨다 — 에 주목했습니다.
3. 미국 특허청의 정책 변화
이 문제를 다루는 곳은 법원만이 아닙니다. USPTO(미국 특허상표청)의 정책도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 시기 | 정부 | 정책 방향 |
|---|---|---|
| 바이든 행정부 | AI 공동 발명자 인정 가능성 시사 | 출원인이 AI를 공동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 발표 |
| 트럼프 행정부 | AI는 계산기 같은 '도구' | 특허 출원 시 AI 사용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는 입장 |
현재 미국 특허청은 "묻지 말하면 말하지 않는다(Don't ask, don't tell)" 식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규정해, AI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4. AI 신약 회사들의 현실적 대응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AI 신약 개발 자회사로, 알파폴드(AlphaFold)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자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끌고 있습니다. 회사의 사라 코먼(Sarah Korman) 법무 책임자는 EmTech(이엠텍)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 발명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발명도 특허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의 법률은 AI의 발전 속도에 맞춰 함께 진화해야 합니다."
인실리코의 자보론코프 CEO는 지금은 인간 화학자들이 여전히 약물을 합성하고, 변형체를 만들고, 동물 실험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허에 이름이 오를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완전히 로봇화한다 해도, 누군가는 여전히 버튼을 누르고 예산을 승인할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5.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발명자일까?
그렇다면 정말로 버튼을 누르는 행위만으로 발명자 자격이 인정될까요? 라이언 애벗 변호사는 미래의 소송이 답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내가 AI 비서 클로드(Claude)에게 암을 치료하라고 부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내가 그걸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건 부당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사실상 "어떤 인간이 발명자로 이름 올릴 만큼 충분히 기여했느냐"는 점이 될 것입니다.
6. 왜 이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가
① 특허 무효 리스크
특허를 무효화하는 한 가지 길이 잘못된 발명자가 기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AI가 만든 신약 특허는 향후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② 신약 개발 투자 위축 우려
미국 저작권청은 이미 AI가 만든 이미지와 텍스트에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AI 발명이 보호받지 못하면, 신약 개발에 쏟아지는 투자도 조용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일라이 릴리와 인실리코 메디슨이 27억 5천만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AI 신약은 이미 거대한 투자 영역입니다.
③ 헌법이 추구하는 '진보'의 의미
미국 헌법 제1조는 발명자와 저작자에게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진보를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독점적 권리를 부여한다고 명시합니다. AI 시대에도 이 '진보'를 어떻게 유지할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 핵심 용어 한 번에 정리
| 용어 | 쉬운 설명 |
|---|---|
| 인실리코 메디슨 (Insilico Medicine) | AI로 신약을 만드는 바이오 회사. Pharma.AI 플랫폼 보유. 일라이 릴리와 27억 5천만 달러 규모 계약 체결. |
| 폐섬유증 (pulmonary fibrosis) | 폐가 딱딱하게 굳어 호흡이 어려워지는 진행성 질환. 원인 불명일 때는 특발성 폐섬유증(IPF)이라 부름. |
| 생성형 AI (generative AI) | 학습한 데이터로 새 콘텐츠(글·이미지·약물 분자 등)를 만드는 AI. ChatGPT 등. |
| DABUS (다부스) | 스스로 발명하는 '창조적 AI'. 발명자로 특허 출원 시도했으나 미국·유럽·영국에서 거절됨. |
| 발명자권 (inventorship) | 특허법에 따라 발명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 미국은 자연인(인간)만 가능. |
| USPTO | 미국 특허상표청. 미국 내 특허·상표를 심사하는 연방 기관. |
| 아이소모픽 랩스 (Isomorphic Labs) | 알파벳(구글 모회사) 산하 AI 신약 회사. 노벨상 수상자 데미스 하사비스가 공동 창업. |
| 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 발명·창작에 대한 법적 권리. 특허·저작권·상표권 등. |
| EmTech (이엠텍) | MIT Technology Review가 199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기술 컨퍼런스. |
| 프로보노 (pro bono) | 라틴어로 '공익을 위해'. 무료로公益 봉사하는 법률 서비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AI가 만든 신약도 특허를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는 있지만, 발명자란에 반드시 인간(자연인)이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AI 자체는 발명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Q2.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잘못 기재된 발명자는 특허 무효 사유가 될 수 있어, AI가 만든 발명이 향후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커집니다. 또한 AI 발명이 보호받지 못하면 신약 개발 투자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Q3. 미국 외 다른 나라의 정책은 어떤가요?
유럽, 영국,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 특허청도 마찬가지로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AI 시대에 맞춰 법과 제도를 어떻게 업데이트할지는 각국에서 여전히 논의 중입니다.
Q4. 가장 큰 AI 신약 회사들은 어디인가요?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 알파벳 산하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 등이 대표적입니다. 인실리코는 Pharma.AI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라이 릴리 등 빅파마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며
AI는 이미 신약 후보를 '발명'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특허라는 법적 안전망은 여전히 인간을 발명자로 요구합니다. 회사가 AI의 공로를 보도자료로는 자랑하면서도, 특허란에는 인간 이름만 적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 그래야만 특허가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앞서 나가지만, 법과 제도는 천천히 따라옵니다. AI가 더 많은 발명을 떠맡게 될수록, 우리가 어떤 인간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어떤 권리를 줄 것인지를 사회 전체가 함께 정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음번에 "AI가 발견한 신약"이라는 뉴스를 본다면, 한 발 더 나아가 "그럼 특허의 발명자는 누구일까?"라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 작은 질문이 AI 시대 지식재산의 미래를 가늠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