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7-31 (최종 수정: 2026-08-27) · ✍️ 헬스칼럼팀 · ⏱️ 읽기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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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태나 '치료 시도권' 확대 법, 희귀질환 아이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을까? — 크레아틴 수송체 결핍증(CTD) 치료제 쟁점 총정리

2026년 7월, 미국 몬태나주가 '치료 시도권(Right to Try)' 법을 한 단계 더 확장하면서, FDA 승인을 받지 못한 실험 의약품을 일반 환자에게까지 허용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 법은 희귀 유전 질환을 앓는 3세 아이 브로디 같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줄 수 있지만, FDA와의 충돌, 안전성 우려, 그리고 해외 의료관광이라는 그림자까지 동반합니다. 쉬운 용어로 정리합니다.

1. 아들이 개미한테 물려도 울지 못하는 한 아버지의 사연

크리스 디볼트(Kris DeVault)는 미국 몬태나주에 사는 평범한 아버지입니다. 그의 아들 브로디는 2023년 3월에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브로디는 언어·운동·협응능력 등에서 또래 아이들이 당연히 거치는 발달 이정표를 하나둘 놓치기 시작했습니다.

약 두 살 반이 되던 해, 유전자 검사 결과 브로디는 크레아틴 수송체 결핍증(CTD)이라는 매우 드문 유전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이 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지금은 세 살인 브로디는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배우고 싶어 하는 호기심 많은 사랑스러운 소년"입니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실 말이 거의 없어요. 그는 가능한 것보다 더 많이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결국 짜증으로 변하죠." — 크리스 디볼트

디볼트는 최근 뒷마당에서 무서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브로디가 개미집 위에 서서 빨간 개미(fire ant)들에게 한참 동안 물리고 있었지만 본인이 느낀 통증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한 것입니다.

근력도 심각하게 약합니다. 팔은 9개월 된 여동생보다 가늘고, 균형을 잡고 걷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하지만 디볼트가 가장 두려운 것은 아이의 뇌가 영원히 발달할 수 있는 시기인 '가소성 시기(plasticity window)'를 놓치는 것입니다. 이 시기, 보통 만 5세 이전까지가 뇌 발달의 결정적 골든타임입니다.

2. 크레아틴 수송체 결핍증(CTD)이란 무엇인가

뇌와 근육은 크레아틴(creatine)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듭니다. 쉽게 말해 크레아틴은 우리 몸의 '연료 배달 트럭'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CTD 환자는 SLC6A8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 이 트럭이 제 구실을 못합니다. 결국 뇌와 근육에 에너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 지적 장애 및 발달 지연 — 언어·인지 기능이 또래보다 현저히 뒤처짐
  • 근력 약화 — 걷기·균형 잡기·손의 힘이 약함
  • 발작 — 일부는 간질 증상을 동반
  • 의사소통 장애 — 통증·배고픔 같은 기본 신호 전달이 어려움

CTD는 X염색체에 연관된 희귀 유전 질환이라 전체 발병률은 매우 낮지만, 한 번 발병하면 평생 호전되기 어렵고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는 없습니다. 바로 이 빈자리를 노리고 등장한 회사가 있습니다.

3. 프랑스 바이오 회사 'Ceres Brain Therapeutics'의 도전

프랑스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 스타트업 Ceres Brain Therapeutics는 크레아틴을 뇌에 직접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정상적으로는 뇌까지 운반이 안 되는 크레아틴을, 회사 팀은 비강 스프레이(콧물 스프레이 형태)로 우회 전달하는 기술을 설계했습니다.

회사 CEO 토마스 주디노(Thomas Joudinaud)는 "생쥐 실험에서 매우 promising(희망적인)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합니다. 이후 회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시험도 마쳤습니다.

💡 핵심 수치: 최근 48명의 건강한 성인 자원자에게 다양한 용량을 비강 스프레이 형태로 투여하는 1상 임상시험을 완료했습니다. 단, 이 시험에는 CTD 환자는 물론 어린이도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이어 2상 임상시험에서 CTD 환자와 ALS(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그 시험이 프랑스에서 진행될 예정이어서 브로디가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4. 1상 임상시험은 왜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할까

많은 분들이 "이미 사람한테 테스트했다면서요?"라고 묻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상 임상시험(Phase I)
약 20~100명의 건강한 자원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① 인체 안전성 ② 허용 가능한 용량 범위 ③ 부작용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의 첫 단계입니다. "이 약이 사람 몸에 들어가도 위험하지 않은가"를 보는 시험이지, "이 약이 병을 고치는가"를 보는 시험이 아닙니다.
2상 임상시험(Phase II)
처음으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과 적절한 용량을 평가하는 단계입니다.
3상 임상시험(Phase III)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로, 보통 FDA 승인 직전 단계입니다.

즉, 1상을 마쳤다는 것은 "위험 신호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도의 의미일 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이것이 전문가들이 치료 시도권 확대 법을 경계하는 핵심 이유이기도 합니다.

5. 몬태나 '치료 시도권' 확대 법의 핵심

몬태나주는 2015년부터 말기 환자에게만 한정해 'right to try' 법을 시행해 왔습니다. 2023년, 그리고 2026년 들어 두 차례에 걸쳐 법을 확장하면서 그 적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혔습니다.

변경 전 vs 변경 후

  • 변경 전: 말기 질환(terminal illness) 환자만 신청 가능
  • 변경 후: 비-말기(non-terminal) 환자도 신청 가능 — 단, 약물이 최소 1상 임상시험을 마친 경우에 한함

여기에 추가로 두 번째 신법이 통과되어, 클리닉이 이런 실험적 치료를 환자에게 판매하고 투여하는 절차를 명확히 했습니다. 지난 주, 몬태나 주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가 그 클리닉 운영 규칙을 최종 확정하면서 법이 사실상 발효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6. ETRB — 실험적 치료 심사위원회는 어떻게 작동하나

몬태나주는 이 새로운 시스템의 관문으로 실험적 치료 심사위원회(Experimental Treatment Review Board, ETRB)를 신설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아직 검증되지 않고 승인되지 않은 약물"에 대한 접근 신청을 심사하는 기구입니다.

위원회는 향후 몇 주 안에 최초 두 건의 신청을 심사할 예정입니다. Ceres Brain Therapeutics 역시 이 위원회에 신청해 브로디의 부모에게 비강 스프레이 치료제를 판매하는 경로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디노 CEO는 "당분간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몬태나주의 제도는 매우 흥미롭고 매우 실용적이며 우리의 약물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다만 FDA와 충돌할 리스크가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 토마스 주디노 (Ceres CEO)

7. FDA와 몬태나 주법 사이의 충돌 시나리오

여기서 가장 큰 긴장점이 등장합니다.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식품의약국)는 미국 연방 차원에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관리하는 최상위 기관입니다. 몬태나 주법으로 약물을 팔더라도, FDA는 별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Ceres가 FDA의 확대 접근 제도(Expanded Access Program, EAP)를 통해 브로디에게 약물을 제공하려 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이유는 약물이 FDA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았고, 현행 FDA 제조 기준(GMP)을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볼트는 FDA 직원들에게 직접 호소해 왔습니다.

⚠️ 핵심 쟁점: 몬태나 프로그램에 가담하는 바이오 회사가 향후 미국 시장에서 정식 FDA 승인을 받을 때 불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안전 보장 성명(safe harbor statement)을 FDA가 줄 수 있을지가 미지수입니다. 디볼트는 "아직 진전을 얻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8. 해외 의료관광의 대안 — 온두라스 '프로스페라'

몬태나마저 답답해지자 디볼트는 시선을 해외로 돌렸습니다. 그곳은 온두라스 로아탄 섬에 위치한 사적 도시이자 특별경제구역(SEZ)인 프로스페라(Próspera)입니다.

프로스페라는 자체적인 규제로 운영되며,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항노화 치료 등을 파는 클리닉이 여럿 들어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종의 '의료관광 면세 지대'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해외(offshore) 클리닉'은 과학계와 의료윤리계의 강력한 경고 대상이기도 합니다. 미국 생물의학 협회 등은 수차례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파는 클리닉은 환자 안전과 재정 모두 위험하다"고 성명을 냈습니다.

9. 찬성과 반대 — 환자 자율성 vs 안전성

찬성 측의 목소리

"저는 충분히 자란 인간이에요. 저는 지금 바로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포커 테이블에서 돈을 다 날릴 수도 있고, 총기점에서 소총을 살 수도 있는데… 왜 제가 아들의 인생 전체 궤적을 바꿀 수 있는 잠재적 치료를 구매할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겁니까?" — 크리스 디볼트

찬성 측은 "환자 자율성(patient autonomy)"과 "최후의 선택지"를 강조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권리는 기본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논리입니다.

반대 측의 목소리

하버드 의대(Harvard Medical School) 보건정책·의약품 규제 전문가 애런 케셀하임(Aaron Kesselheim) 교수의 지적은 매우 분명합니다.

"이런 종류의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성 들여 번 돈을 무엇에 쓰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평가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 애런 케셀하임 (Harvard Medical School)

그 외에도 과학자, 생명윤리학자, 보건법 전문가들은 "1상 시험만 거친 약물은 안전성도, 효능도 보장하지 못한다"며 제도 자체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시선

완전한 흑백 논쟁은 사실 이 문제에 잘 맞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입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희귀질환 환자의 절박함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절박함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2. 안전 장치 없는 접근 확대는 재정 손실, 건강 악화, 거짓 희망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습니다.
  3. 이상적인 모델은 "엄격한 정보 동의 + 독립 심사 + 사후 모니터링"을 모두 갖춘 형태입니다.

10. 자주 묻는 질문(FAQ) 5가지

Q1. 치료 시도권(Right to Try) 법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FDA 등 공식 승인을 받기 전 단계의 실험적 치료제를 말기 또는 심각한 질환 환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미국 주(州) 단위 법령입니다. 2015년 연방법 통과 이후 다수 주에서 도입됐고, 몬태나주는 이를 비-말기 환자에게까지 확장한 가장 적극적인 주 중 하나입니다.

Q2. 1상 임상시험을 마쳤으면 안전하다는 뜻 아닌가요?

아닙니다.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성인에게서 인체 안전성·적정 용량·부작용을 확인하는 시험일 뿐입니다. 실제 환자에서의 효능까지 검증한 것은 아닙니다. FDA 승인을 받기까지는 보통 3상까지 총 6~10년이 걸립니다.

Q3. FDA와 주(state) 법이 충돌하면 누가 이기나요?

일반적으로 연방 법(연방법)이 주 법보다 우위에 있습니다(Supremacy Clause). 다만 의약품 규제 영역은 매우 복잡해서, 몬태나 주법으로 판매된 약물이 향후 FDA 승인을 받을 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명확한 판례가 부족합니다.

Q4. 프로스페라(Próspera) 같은 해외 의료관광은 합법인가요?

현지 법(온두라스 국가법 + 특별경제구역 자치 규정) 안에서는 합법입니다. 그러나 미국 FDA의 관할권 밖이라 품질·안전성 검증이 사실상 되지 않으며, 부작용 발생 시 환자가 입을 수 있는 보호 장치가 매우 약합니다.

Q5. 일반 환자도 이런 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현재 몬태나주는 "최소 1상 임상시험을 통과한 약물"에 한해 신청을 허용합니다. 신청 자격, 질환 범위, 비용은 ETRB 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되므로,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입니다.

📚 출처 및 참고 자료
· 원문: MIT Technology Review (2026-07-31)
· 인터뷰 인용: Aaron Kesselheim 교수 (Harvard Medical School)
· 회사 정보: Ceres Brain Therapeutics 공식 발표, CEO Thomas Joudinaud 발언
· 법령 정보: Montana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공식 자료 (2026)
본 콘텐츠는 의료·법률 자문이 아니며,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 2026 헬스칼럼 · 최종 업데이트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