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유전자 지도 dGTEx: 휴먼 셀 아틀라스가 아이들의 세포를 처음 그리는 법
"아이들은 작은 성인이 아니다." 이 한 문장이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CHOP)의 생물정보학자 디앤 테일러 박사의 15년 캠페인을 시작시켰다. 2021년 NIH가 3,850만 달러를 들여 출범시킨 dGTEx(발달 유전자형-조직 발현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건강한 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세계 첫 기준선을 만들고 있다.
2017년, 작은 경보가 울렸다
2017년 어느 봄날, 디앤 테일러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까지 걸어가 한 발표를 들었다. 무대는 인간의 모든 세포를 지도화하겠다는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 휴먼 셀 아틀라스(Human Cell Atlas) 공개 행사였다. 청중이 환호할 때, 테일러의 머릿속엔 경보가 울렸다. 발표 자료에는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 "이 프로젝트는 성인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테일러는 CHOP에서 일한 지 3년 만이었다. 그 사이 그녀는 의학계의 지배적인 믿음을 수없이 마주쳤다. "아이들은 작은 성인이다." 하지만 이 가정은 사실과 다르다. 어린이의 세포는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 패턴, 즉 DNA 안의 유전자가 실제로 켜지고 꺼지는 방식에서 성인과 명확히 다르다. 이 차이 때문에 성인이 아무렇지 않게 견디는 약물에 아이들이 극도로 다르게, 때로는 치명적으로 반응한다.
"바로 그 순간 작은 경보가 울렸어요," 테일러는 회상한다. "또 이런 식이군요." 그날 이후 그녀는 우려를 캠페인으로 바�다. 휴먼 셀 아틀라스 자원봉사팀에 합류해 백서에 소아 챕터를 집필했고, 미국 주요 어린이병원들을 묶어 2019년 논문을 발표했다. "이것이 땅에 깃발을 꽂은 셈이었죠. 왜 우리는 어린이 발달의 건강한 모델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단지 나이 든 아이들일 뿐입니다. 소아 쪽을 무시하면서, 사람들은 인간 질병의 개입 시기를 놓치고 있어요." — 디앤 테일러,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그리고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2021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dGTEx에 3,850만 달러를 배정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명료하다. 건강한 아이들의 몸에서 수집한 조직 샘플로, 모든 주요 기관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표준화해 기록하는 것. 부모가 기증을 동의한 경우에 한해, 사망 직후 채취된 조직이 분석에 들어간다. 그 데이터가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어린 시절 유전자 발현의 기준선(baseline)이다.
"건강한 기준선"이 왜 필요한가
테일러는 자신의 커리어를 "무작위 보행(random walk)"이라고 부른다. 다섯 살 때 어머니의 의학서를 읽기 시작했고, 열두 살엔 도서관에서 물리학 책을 빌렸다. 2001년 생물물리학 박사를 마친 뒤 그녀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에 영감을 받아 화이자에서 희귀질환 데이터 코드를 짜기 시작했다. 그 후 생식의학으로 옮겨가 배아의 염색체 이상을 선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그중 다수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임상에 쓰인다.
겉보기에 산발적인 이 길의 끝에는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진 두 사람 중 한 명만 병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유전자가 어디서, 얼마나 켜지는가에 있다.
유전자 발현이란 무엇인가
DNA는 평생 거의 변하지 않는 설계도다. 하지만 설계도 안의 유전자가 실제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나이, 조직,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심장 근육 유전자가 아이와 성인에서 다르게 발현되기 때문에, 백혈병 치료에 쓰이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는 종양뿐 아니라 아이의 발달 중인 심장을 손상시켜 평생 지속되는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다른 치료에서는 면역계가 폭주하면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CRS)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한 단계 더
2003년 완성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유전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줬지만, "각 세포가 언제, 얼마나 그 유전자를 쓰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휴먼 셀 아틀라스는 그 다음 단계다. 그리고 테일러의 노력 덕분에 그 지도에 소아 챕터가 포함되었다.
dGTEx는 약 20,000개 유전자가 건강한 소아 조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자 수준으로 기록한다. 테일러는 이 밖에도 다음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운영한다.
- ① Kids First Data Resource Center
- 미국 전역 소아 연구에서 모은 질환 조직의 유전체를 시퀀싱·공유하는 NIH 콘소시엄. 테일러가 수석 연구원으로 참여.
- ② HubMAP 협력 과제
- 이미 성인을 위해 만들어진 세포의 3D 지도를 소아 버전으로 확장하기 위한 자금 확보 진행 중.
- ③ 휴먼 셀 아틀라스 소아 섹션
- dGTEx 데이터를 종합해 국제 표준으로 제공하는 공개 지도. 100여 개국 3,600명 이상이 참여.
왜 "소아 시기"가 결정적인가
휴먼 셀 아틀라스 공동 창립자 사라 타이크만 박사는 핵심을 짚는다. 인간 발달의 대부분은 소아기에 일어난다. 예를 들어 뇌의 성상교세포(astrocyte)는 생후 5년 안에 형성되고, 면역 체계는 사춘기까지 성숙한다. "이러한 변화는 질병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세밀한 이해가 "분명 소아 의학을 바꿀 것입니다."
고양이 무리를 모으는 여자
dGTEx는 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 사후 즉시 아이의 조직을 확보하는 비영리 단체, 샘플 품질을 평가하는 CHOP 병리학자, 실제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비영리 브로드 연구소 — 각자 다른 목표와 일정을 가진 수십 개 조직이 맞물려 돌아간다.
동료인 소아 병리학자 레베카 린은 이렇게 표현한다. "고양이를 몰아 모으는 것 같아요. 목표가 다른 너무 많은 개인들." 테일러의 핵심 역할은 이들을 중재하는 일이다. 한 달 된 아이의 작은 고환 조직은 20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없다 — 같은 자원으로 어떤 연구가 우선인지를 끊임없이 조율해야 한다.
테일러가 이런 일에 잘 맞는 이유에는 학문 외적인 면도 있다. 그녀는 책상 위에 버닝맨에서 가져온 자갈 하나를 두고, 슈뢰딩거와 볼츠만의 방정식을 문신으로 새겼으며, 회화와 사진에도 손을 댄다. "그녀는 친구가 될 수 있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질문으로 당신을 끌어들이죠," 린은 말한다. 학제 간 협력이 필수인 국제 프로젝트에서, 이런 호기심은 진짜 경쟁력이다.
소아 지도 완성 시 달라지는 것들
1. 약물이 아이에게 왜 독이 되는지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소아 약물 용량은 성인 데이터에서 체중 비율로 축소한다. 하지만 유전자 발현 차이를 무시한 이 방식이 안트라사이클린 심장 손상 같은 이차 질환을 만들었다. 나이 일치 기준선이 생기면 약물은 처음부터 아이의 생체 환경에서 테스트되고, 부작용 메커니즘이 사전에 예측된다.
2. 만성질환을 증상 발생 "수년 전"에 잡아낸다
성인에서 발병하는 자가면역질환, 당뇨, 일부 정신질환은 소아기의 미세한 세포 신호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오마커가 발굴되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스크리닝과 예방이 가능해진다. 이는 결과를 개선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쇠약해지는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보호한다.
3. 희귀·난치성 소아 질환 치료의 길이 열린다
유전성 희귀질환은 환자가 적어 신약 개발이 어렵다. 하지만 기준선 데이터는 환자 세포 vs 건강한 세포를 분자 단위로 비교하게 해 약물 표적을 빠르게 좁힌다. CHOP가 화이자 시절부터 쌓아온 희귀질환 데이터 인프라가 여기서 시너지를 낸다.
4. "아이들은 작은 성인이다"라는 가정을 끝낸다
가장 큰 변화는 의학계의 인식이다. 소아는 별도의 생물학적 단계라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되면, 신약 임상시험의 소아 코호트 의무화, 소아 전용 바이오마커 가이드라인, 소아 표적치료제 개발 투자로 이어진다.
결국, 누가 이 일을 계속하는가
테일러는 이 프로젝트가 "연구가 소아과를 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것은 큰 목표이며, 큰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 그리고 그 모든 조각을 붙잡고 있는 사람 한 명이 필요하다. dGTEx가 만들어내는 "어린 시절의 유전자 지도"는 단순한 데이터셋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몸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아프고, 어떻게 회복하는지에 대한 첫 번째 진짜 지도다.
지도 없이 항해하지 않듯, 아이들의 몸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도가 있어야 한다. 이제 그 작업이 시작되었다.
자주 묻는 질문
휴먼 셀 아틀라스(Human Cell Atlas)란 무엇인가요?
2016년 시작한 국제 컨소시엄 프로젝트로,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 유형을 분류하고 위치와 기능을 지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4년 기준 약 102개국 3,6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소아 섹션은 2019년 디앤 테일러의 제안으로 추가되었습니다.
dGTEx는 일반적인 GTEx와 무엇이 다른가요?
NIH의 GTEx 프로젝트가 주로 성인 사후 조직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했다면, dGTEx는 건강한 소아 조직에 초점을 맞� 발달 확장판입니다. 2021년 3,850만 달러 규모로 시작되어 건강한 아이들의 유전자 발현 기준선을 만드는 첫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소아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윤리 문제는 없나요?
있습니다. dGTEx는 부모의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사후 조직을 채취하며, 모든 데이터는 비식별화됩니다. 다만 신생아·유아 조직의 희소성과 가족 동의 절차의 어려움은 논문과 NIH 보고서에서 지속해서 거론되는 과제입니다.
이 연구가 일반 진료에 반영되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dGTEx의 1차 데이터셋은 2026년 말 공개를 목표로 합니다. 실제 임상 가이드라인과 신약 개발에 반영되기까지는 5~10년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희귀질환 표적 발굴 같은 1차 응용은 2~3년 내 시작될 전망입니다.
왜 "아이들은 작은 성인이 아니다"가 중요한 문장인가요?
현재 많은 소아 약물 용량은 성인 데이터를 체중 비율로 축소해 정합니다. 하지만 유전자 발현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약물이 아이에게 독이 되거나 효과를 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소아 기준선 데이터는 이런 체중 비례 추정의 한계를 데이터로 대체합니다.